AI는 우리의 '시간'을 원한다 - ZETA가 던지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미래

2025. 7. 28. 10:00갓생 진채희

 

생산성, 효율성, 자동화. 지금까지 우리가 AI를 바라보던 시선입니다. 어떻게 하면 AI를 이용해 일을 더 빨리 끝낼까, 어떻게 하면 내 시간을 아낄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 정반대의 질문을 던지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우리의 시간을 아껴주는 대신, 어떻게 하면 우리의 시간을 더 많이 '빼앗을까'를 고민합니다. 바로 스캐터랩의 AI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제타(ZETA)입니다.

 

최근 제타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출시 1년 만에 누적 가입자 200만, 월간 활성 사용자(MAU) 80만을 돌파했고,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무려 2시간 46분에 달합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쟁쟁한 플랫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죠. 과연 제타는 무엇이 다르기에, 이토록 유저들의 시간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었을까요?

 


목차

  • 제타(ZETA)란 무엇인가?: 게임과 웹소설 사이, 그 어딘가
  • 제타는 어떻게 우리의 시간을 훔치는가?
    • 내가 주인공이 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
    • 똑똑함보다 '재미'에 집중하는 자체 AI 모델
    • 안전과 재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 그래서, 제타의 미래는? : AI 컴패니언의 명과 암
  • 마치며: AI와 '함께 노는' 시대를 준비하며

제타(ZETA)란 무엇인가?: 게임과 웹소설 사이, 그 어딘가

제타는 스스로를 단순한 채팅 앱으로 소개하지 않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와 발표 자료를 종합해 보면, 제타는 '인터랙티브와 내러티브가 통합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장르'를 지향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웹소설의 '내러티브'와, 내가 직접 선택하고 행동하며 결과를 바꾸는 게임의 '상호작용성'을 합친 형태입니다. 사용자는 다양한 AI 캐릭터와 대화하며 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생성형 AI가 실시간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AI가 그에 맞춰 이야기를 이어나가니, 그야말로 '나만의 이야기'가 탄생하는 셈이죠.

 

 

제타는 어떻게 우리의 시간을 훔치는가?

제타의 압도적인 사용 시간은 몇 가지 핵심적인 성공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

가장 큰 차별점은 역시 '높은 자유도'입니다. 기존의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나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 정해진 선택지 안에서 움직여야 했다면, 제타에서는 사용자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제약이 거의 없습니다. "갑자기 뺨을 때린다"와 같은 돌발 행동에도 AI 캐릭터는 당황하거나 화를 내며 그에 맞는 반응과 스토리를 생성해 냅니다. 이처럼 내가 이야기의 흐름을 완전히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몰입감을 만들어냅니다.

 

똑똑함보다 '재미'에 집중하는 자체 AI 모델

제타는 '이루다'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AI 모델 'Spotwrite-1'을 사용합니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똑똑하거나 말을 잘하는 AI가 아닌, 환각(Hallucination) 마저도 재미로 활용하여 사용자의 즐거움을 우선시한다는 점인데요. 기존 AI 서비스들처럼 단순한 성능을 목표로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유저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재미 성능'에 초점을 맞춰 개발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기존 AI 서비스와는 다른 목표를 설정하여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전과 재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AI 챗봇 서비스의 영원한 딜레마는 '안전'과 '재미'의 충돌입니다. 너무 안전 필터링을 강화하면 대화가 딱딱하고 재미없어지고, 너무 풀어두면 어뷰징이나 유해 콘텐츠 문제가 발생하죠. 제타는 자체 LLM 학습, 외부 필터링, 캐릭터 제작 단계의 모니터링 등 다층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도, 사용자의 창의성과 자유도를 해치지 않는 영리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하게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그래서, 제타의 미래는? : AI 컴패니언의 명과 암

제타의 성공은 우리에게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AI가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나 업무 보조 수단을 넘어, 인간의 외로움을 채워주고 즐거움을 주는 '관계형 AI(AI Companion)'로서 거대한 시장을 열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림자도 존재합니다. 하루 3시간 가까이 AI와 대화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사회적 현상일까요? AI와의 관계에 깊이 몰입할수록 현실의 인간관계는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닐 겁니다. 제타를 이용하는 유저의 대부분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 도피나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타가 앞으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건강한 관계 맺기'에 대한 사회적 고민까지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가 장기적인 성공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며: AI와 '함께 노는' 시대를 준비하며

제타는 AI가 우리의 '일'을 돕는 시대를 지나, 우리의 '여가'를 함께 보내는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AI를 '활용하는 법'을 넘어, AI와 '함께 노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 영상이 공개된 시점만 해도 수익구조가 없다는 태클성 댓글들이 연이어 달렸는데 얼마 전 3분기 연속 흑자 소식을 전하면서 이 댓글들도 조용해진 것 같습니다. 제타가 개척하고 있는 이 새로운 장르가 앞으로 우리의 일상과 관계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